西班牙(2009.09)2009.10.20 15:31

9월 11일.

오늘은 네르하 윗 동네인 프리힐리아나에 갔다가 그라나다로 떠나는 여정.
마음 같아서는 그냥 천천히 아침 먹고, 뒹굴뒹굴 거리다가 그라나다로 떠날까 생각했지만 역시 볼 껀 봐줘야 겠다는 생각에 짐을 챙겼다.
그래도 여느 일정보다는 훨씬 느긋한 아침.

프리힐리아나는 산 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로, 네르하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동네가 온통 하얀 집들로 채워져 있고, 작기 때문에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몇 년전에 유럽에서 가장 예쁜 동네로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가서 확인해 봐야지.

아침부터 구름이 조금 끼었지만, 그래도 간간히 해도 비추고 괜찮은 날씨다.
럭셔리한 파라도르에서 나와 프리힐리아나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버스는 하얀 집들이 늘어선 곳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오오, 하얀 마을이다.
사실 스페인에는 하얀 마을이 곳곳에 많다.(미하스나 카디즈 등은 해안가 마을이기도 하다.) 뜨거운 태양을 반사시키고, 빠르게 바래지는 색보다는 흰 색이 집을 유지하기 편해서라고 한다. 흔히 프리힐리아나는 포카리 스웨트 광고의 그곳인 산토리니와도 비교가 되고는 하는데 사실 해안가 마을이 아닌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라서 단순 비교는 힘들 듯 하다. 하지만, 깨끗하고 길도 예쁜데다가 화초 관리들도 잘 되어 있어서 예쁜 마을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진으로 이곳을 담아오기에는 내 실력이 한계가 많다.
이 사진들보다 좀 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하다. 특히 이곳은 문 하나도, 화초 하나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이고, 이 마을의 간판이나 집 명패가 독특하고 예뻐서 마을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도 고양이 친구들을 만났다.


넌 누구냐옹.
어디서왔냐옹.
뭘 찍냐옹.



자느라고 바쁘신 이 猫.
내가 쓰다듬어주니 곧바로 골골골 송을 들려주었다. >.<




사실 집 창틀에 있는 녀석들이라고 해서 그 집에서 기른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녀석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볕이 좋은 창가에서 잠을 자고,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사료와 물을 먹는다.
자유롭고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猫生.
우리집 말랑말랑 고양이도 이런 삶을 동경하고 있지는 않을까?


오후가 되어가니 슬슬 구름도 몰려온다.
이제 그만 네르하로 돌아가서 그라나다로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여행은 떠나는 것 자체로 좋지만, 그 '떠남'이 때로는 아쉬운 마음을 들게 한다.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10.13 13:11


9월 10일

고풍스러운 론다를 뒤로 하고 드디어 네르하로 가는 길.
버스를 타고 말라가에서 네르하행 ALSA 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그래도 directo라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어라라 구불구불 산길을 건너 이름 모를 마을로 들어선다. 처음엔 이곳이 네르하인가?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했었다. 






버스는 그 이후에도 이처럼 하얀 집이 있는 마을을 들르기도 하고, 풍력발전소가 늘어선 곳을 지나기도 했다. 후에 알고 봤더니 스페인에서는 directo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직행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점의 의미란다. 말라가행 directo 버스는 후자의 의미인 듯.
그나저나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처럼 잔뜩 흐렸네. 해변가로 가는 길인데...


네르하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해 있고, 지중해를 바라 볼 수 있는 작은 곳이다. 그라나다에서 버스로 2시간~2시간 30분, 말라가에서는 1시간 좀 넘게 걸리는 곳으로, 네르하를 가기 위해서는 이 두 곳을 거쳐 와야 한다. 네르하에 도착하는 시점이 여행의 중간 지점이라서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쉬기로 했다. 해수욕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동네 마실도 하고....



말라가에 도착한 후에, 표를 사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의외로 사람들이 꽤 많았고,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유럽의 9월은 어르신들이 주로 여행하고, 젊은 사람들은 8월에 다닌다고... 우리는 네르하에서도 파라도르에 묵을 예정. 럭셔리 스페인 여행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
날씨가 흐려서 걱정했더니만 다행이 네르하로 가까이 갈 수록 해가 나기 시작했다. 해수욕을 하기 위해서는 더운 날씨가 필수이지 않은가! 기대가 된다.





네르하의 버스정류장은 도로변에 있어서 버스정류장인지 잘 모른다.(↑ 사진 참조)
다만 고속도로 진입구에 Nerja, Paradores라는 커다란 안내표지판이 있으니 보이면 내릴 준비를 하도록.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더니 사람들이 대부분 네르하에서 내렸다. 몇 몇은 더 타고 갔는데, 아무래도 네르하 근처에 있는 동굴로 가는 모양.







돌돌이를 끌고, 골목을 이리저리 지나서 파라도르에 도착했다. 못하는 영어로 대충 체크인을 하고 나서 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숙소는 1층이었고, 바로 앞이 잔디밭. 일광욕도 할 수 있고, 풀장도 있어서 수영도 가능!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면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어서 아주 좋다. 오호호!
하지만, 파라도르는 비싸서 프로모션이 아니면 조금 벅찬 가격. 대신에 비수기에는 프로모션 가격이 1박에 60유로 밑으로 내려가기도 하니까, 스페인 여행 가실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하지만, 그라나다 파라도르는 예외)







짐을 대충 던져 놓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바닷가 가까운 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꽉 찼고, 우리는 겨우 겨우 비어있는 파라솔 하나를 빌렸다. 1인당 4유로씩 받지만 그래도 기꺼이 지불했다.(행복한 마음은 지갑도 열게하는 마법을 지녔다 ^^)
동양인은 진짜 찾아보기 힘들고, 거의 유럽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늘에 얼굴만 들이밀고, 나머지는 모두 일광욕. 토플리스 차림의 여성들도 꽤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 해변과는 달리 주로 책 읽는 사람, 느긋하게 누워 낮잠 자는 사람, 체스를 두는 사람 등이 많고 바닷물에서 노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렇다고 바닷물이 찬 것도 아니었는데.. 역시 유럽 사람들은 해를 좋아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
우리도 느긋하게 책도 읽고, 바닷물에서 물장구도 치고, 누워서 하늘도 보고 여행 중 망중한을 즐겼다. 그리고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들자 파라도르로 돌아가 잔디밭에 누워 다시 휴식!
여러 번 여행을 갔지만 이렇게 쉬어 본 적은 없는 지라, 그저 이 시간이 마냥 좋고 행복했다.

사실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Balcon de Europa)가 가장 유명하다. 스페인의 알폰소 7세가 와서 보고 그렇게 불렀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고 하는데, 생긴 모양 자체가 발코니처럼 약간 튀어나와 있어서 잘 어울린다.
그럼 이제 유럽의 발코니로 가볼까.






파라도르에서 발코니로 가는 길목에는 이런 장난감 버스(?)가 다녔다.
마치 톨레도의 쇼코트렌 짝퉁같은 녀석이었는데, 아쉽게도 타보지는 못했다. 뭐니뭐니 해도 골목길은 걸어야 하지 않겠나. ^^;








드디어 지중해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네.
유럽의 발코니는 말 그대로 발코니처럼 그냥 별다른 장식 없이 난간으로 빙 둘러쳐져 있었다. 그냥 하염없이 지중해를 바라 볼 수 있게끔. 날이 좋으면 건너편 육지도 망원경으로 잘 보인다고 했지만, 우리는 구름이 낀 관계로 그냥 바다만 바라보았다.
동해도, 대서양도, 지중해도 다 같은 바다일텐데 이름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바다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홋카이도의 샤코탄 블루만큼은 아니지만 지중해도 파란 색.




그래도 왔으니 인증샷은 찍어줘야지.
이 분이 바로 그 알폰소 7세다. 그 밑에는 왜 유럽의 발코니라고 이름 붙여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동판이 있다.
뭐 전혀 국왕처럼 생기지 않았는 걸?


사실 난 네르하 유럽의 발코니의 명물은 얘네들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너무 귀여워 >.<
유럽의 발코니에 있는 화단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는 녀석들! 얘네들 외에도 족히 4~6마리는 더 있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만지게 허락하지는 않지만 도망가지도 않는다. 도도함의 결정체들!
지중해 고양이라서 그런가 털도 깨끗하고, 우아하고, 여유롭다.
자세히 보면 귀 한쪽이 조금씩 잘려있는데, 이건 TRN(중성화 한 후, 영역에 놓아 주는 것)의 증거. 화단에는 이 녀석들이 마실 깨끗한 물과 사료 그릇이 놓여 있었다. 너무 너무 부러운 모습.





유럽의 발코니 근처 식당을 찾다가, 결국은 파라도르 근처까지 다시 갔다. 한 유럽 여행 까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간 것인데, 사실 이 음식이 아침에 이은 두 번째 식사인지라 그냥 거하게 먹기로 했다.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그리고 샹그리아에 맥주까지 시켜놓고 건배! 샹그리아만 빼고는 모두 흡족했는데, 샹그리아는 세비야와는 달리 다른 향신료(계피인듯)가 들어가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음. 무려 하프를 시켰것만!!! 아까워라... 그래도 스테이크랑 가지튀김이랑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 

배도 든든하겠다, 다시 발코니로 가서 야경을 보자.
역시 이곳도 스페인이다. 오히려 밤에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이곳 저곳 상점들을 둘러보는데, 한쪽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탱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탱고도 탱고지만, 꼬마 녀석 둘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 장 찰칵.
공연 볼 생각은 안하고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는지, 대화에 빠져있다가 사람들이 박수치면 그제서야 따라서 박수!!

탱고 감상은 여기서 ^^












네르하의 밤거리에서 만났어요.
사료가 없는 것을 보고 매정하게 돌아서던 고양이와, 사진기를 들이대자 바로 포즈를 취해주던 귀여운 아가씨, 그리고 발코니의 한 까페를 지키던 노랑둥이 녀석.
모두 모두 다시 만나보고 싶구나.






밤이 깊어가고, 사람들의 흥겨움도 더해 가고, 파이프 연주 소리도 더 애잔해 졌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한 데 뒤섞인 유럽의 발코니를 뒤로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꿀맛같은 휴식시간도 지나가고, 이제는 달콤한 잠자리에 들 시간.
(그런데, 너무 추운 나머지 달콤한 잠자리는 아니었다.)

내일은 네르하에 꼭 들러야 겠다고 맘먹게 만든 프리힐리아나를 보고 그라나다로 가는 여정.
내일도 좋은 날씨가 되기를 바래!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10.08 23:39

9월 9일.

이틀동안 돌아다녔던 세비야 골목들을 뒤로 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론다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아침에 돌돌이(캐리어)를 끌고 걷자니, 조용한 마을에 역시 민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제 헤맨 덕분에 프라도 버스정류장(Prado de san Sebastian)도 금방 찾았고, 이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버스만 오면 세비야도 안녕이다. 막상 떠나려니까 역시 아쉽다.

9시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섰지만,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톨레도행 버스 외에는 타본 적이 없는지라 버스 서는 곳이 맞는지, 혹시 이곳에서 서지 않는 것은 아닌지 내내 불안에 떨게 하더니, 결국 버스는 50분을 넘겨서야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이거) Ronda (가는 버스 맞아요)?"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 물론 여기서 ()는 내가 생략한 질문이다... ^^ -
표에 좌석이 표시되어 있는 듯 했지만,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았다. 그래서 우리도 자리를 옮겨 편해 보이는 곳에 앉아서 룰루 랄라.





론다는 협곡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라서, 가는 길은 내내 구불구불한 산길이다.(물론 포장은 잘 되어 있었다.)
이전까지 평원만 보다가, 스페인의 산길을 보니 색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울창한 숲이 있지는 않고, 보통은 황무지 같은 곳에 드문드문 낮은 나무들(올리브 나무 같은)이 많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가다보니 역시나 촌스럽게 멀미가 난다. 에구구.. 어딜가나 꼭 이런 티를 내다니.
그래도, 자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밖을 보면셔 간혹 보이는 파란 강물을 위안 삼아 어서 론다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2시간이 좀 넘는 시간을 달려 버스는 우리를 론다에 내려주었다.

작은 마을 답게 버스정류장도 자그마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그냥 깔끔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 그곳이 론다였다.
정류장을 나서자마자 우리는 숙소인 파라도르로 향했다.
보통 론다는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나 말라가로 가는 길목에서 반나절 정도 들르는 관광코스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내가 보는 도시는 반드시 숙박하기로 마음 먹었던 터였고, 파라도르에서 보는 누에보 다리가 이쁘다는 말에 덥썩 예약해 버렸었다.
정류장에서 파라도르까지는 도보로 15~20분정도. 작은 마을이라서 어디던 자신의 두 다리로 갈 수 있다.






하룻밤 묵을 방에서 바라 본 론다와 숙소인 파라도르.







잠깐 둘러 본 론다는 그 자체로 황홀했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여행기에서 봤던 것보다 반짝거렸다.
넓은 평원과 탁 트인 시야, 웅장한 협곡, 하얀 마을.
작은 마을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보자 마드리드도 세비야도 론다만큼은 예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에보 다리도 멋지지만, 아찔한 높이의 협곡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황홀할 지경.




먼저 눈과 입부터 호사를 누려본다. 누에보 다리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서 경치 감상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했지만, 나는 사실 잘 먹지는 못했다.(나름 거금이었는데...)
누구를 탓하랴. 촌스러운 나의 입맛인 것을. 그래도 신랑은 세르베사(맥주)와 더불어 저 모든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런 걸 보면 음식이 맛없는 것은 아닌 모양. 난 그저 누에보 다리와 협곡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호화스런 점심을 끝낸 후, 본격적으로 론다를 보기 위해 누에보 다리에 섰다. 이 다리는 1793년에 지어졌는데,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론다와 비슷한 곳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협곡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포장은 되어 있지만 난간도 없고, 구불구불한 길인데다가 성벽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약간은 무서웠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이 길을 따라 내려가보기를 바란다. 만약, 이 길을 놓친다면 론다의 반쪽만 보고 가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포장된 길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약간 평평하고 넓은 곳에서 끝난다. 이 곳이 누에보 다리와 협곡을 아래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다. 뒤쪽으로는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어, 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탁 트인다.
역시,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내려온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 다리 아래에 보이는 폭포까지 가고 싶어졌고... 결국 길이 아닌 곳으로 약간의 모험을 감행했다. 물론 우리만 간 것은 아니었다. 수풀 사이로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내려가니 이곳 저곳 성곽의 흔적들이 보였다. 작은 폭포도 이곳 저곳에 있었고, 따가운 햇살은 그늘에 가려져 오히려 서늘하기 까지 했다. 우리보다 먼저 길을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알려주었다. 폭포쪽은 물이 튀어서 가기 힘들다고. 우리는 어쨌든 좀 더 내려가 보기로 했지만, 결국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길을 잃기 전에 다시 돌아왔다. 만약 좀 더 내려갔다면 폭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 결과는 궁금한 채로 남겨둘 수 밖에...






구름도 해를 가려주지는 못했고, 세비야만큼이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 휴식이 필요했다.
협곡에서 올라오자 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노천 까페에 앉아 시원한 콜라와 함께 론다의 하늘을 감상.
때마침 자신의 연주 CD를 판매하기 위해 나와 있던 아저씨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살고 싶다....
지금도, 론다를 떠올리면 누에보 다리와 파란 하늘, 평야,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로 알함브라에 가서는 이 음악을 저언혀 듣지 못했다.)









이번엔 론다의 골목길 탐험. 누에보 다리 뷰 포인트와 반대쪽으로 가면 마을 골목길과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 나온다. 이 곳 또한 협곡과 다리를 구경할 수 있고, 누에보 다리보다 후에 지어진 새로운 다리도 걸어볼 수 있었다.

날이 저물려 하자 해가 지는 것을 보기 위해 타호 공원(Alameda del Tajo)으로 갔다. 이 곳은 전망대가 있어서 론다의 석양과 들판을 마음 껏 볼 수 있는 곳이다.





스페인의 해질녘은 우리와 좀 달랐다. 우리처럼 뉘엇뉘엇 해가 지고 주변이 노을로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해가 쨍쨍하다가 어느 순간 해가 뚝 떨어진다. 그래도 석양은 역시 멋졌다. 해는 떨어졌어도 아직 주변은 어둠에 물들지 않았고, 우리는 계속해서 하늘과 땅이 닿아 있는 곳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누에보 다리에도 불이 켜지고, 론다는 어두워졌다. 밤이 찾아오자 날씨는 쌀쌀해졌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노천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론다의 매력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은 어느 곳이나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아름답지만, 스페인에서 처음 본 자연은 아마 한동안 최고가 되지 않을까.




여행은 떠나는 자를 위하는 것.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숙소로 귀환. 세비야보다도 떠나기 싫은 곳이다.
어느 덧 아침이 되었고, 론다는 그런 나에게 마지막으로 멋진 풍광을 선사했다.



이 시간은 놀랍게도 아침 8시.
부지런한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여행객인 나는 느긋하게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감상했다.


자, 이제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곳을 떠나 이제는 네르하로 가보자.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10.05 22:19



9월 8일.

오늘은 세비야 이틀째 날.

알카사르와 기타 다른 곳을 둘러보고 스페인 광장을 가볼 예정.
오늘도 역시 햇살은 아침부터 뜨겁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아침 메뉴를 고르는데 신중을 기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알아 먹을 수 있는 단어라로는 까페 콘 레체뿐.
사실 일본에 가면 대충 뭔지 알 수 있어서 먹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스페인에서는 메뉴를 고를때마다 과연 이 음식의 정체는 무엇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치킨, 스테이크가 제목에 들어간 음식을 시키기로 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영어 메뉴판이 없는 곳은 무용지물.
다음 여행에서는 회화가 아닌, 요리법에 대한 단어를 공부해 가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래도 숙소 앞에 있던 이 곳 리바이스는 꽤 괜찮은 곳이어서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스페인에서 아침마다 마셨던, 까페 콘 레체 한 잔이 너무 그립다.










어제 지나갔던 산타크루즈 골목은 이젠 낯설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세비야의 골목길은 반나절만 돌아다니면 어느곳인지 다 알수가 있어서, 지도 없이 이곳 저곳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집집마다, 가게마다 예쁘게 장식해 놓았으니 심심하지도 않다.
아침부터 기타맨은 영업을 시작했다. 기타는 연주용이기도 하지만, 돈을 넣는 곳이기도 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세뇨리타~'하고 금방 노래를 한 곡조 불러주던 기타맨. 열심히 연주하고 계신가요?


골목길을 돌아 돌아 오늘 첫 번째 목적지인 알카사르로 갔다.
알카사르는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만든 궁이라고 한다. 이곳 또한 여러 번 확장되고 재건축 되었는데, 역시 뜰과 궁전 응접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아있는 가구가 없어서 이곳이 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만.


 



그라나다를 갔다와서 느낀거지만, 세비야의 알카사르는 알함브라의 축소판이었다. 비슷한 느낌과 건축물이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건축물 자체보다 이곳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타일.




바닥도 벽도 예쁘고 다양한 타일로 장식하고 있었다. 아마 이슬람 왕족들은 타일을 너무 사랑했나보다. 그래서일까? 가우디 또한 조상의 예술 감각을 물려받아서 타일을 좋아했는지, 자신의 건축물 가운데 많은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
세월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깨진 곳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일 특유의 색과 반짝반짝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스페인 궁전을 둘러본 소감은 우리의 것과는 너무나 달라서 비교 불가라는 것이다. 정원은 인공적으로 가꾸어져 있고, 곳곳에 수로나 분수가 있었다. 우리처럼 단청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돌에 문양을 세기고 타일을 덧붙였다. 그리고 큰 차이점은 우리는 목조 건물, 얘네들은 석조 건물. 그래도 공통점은 화려하다는 것과 기와가 있다는 것. 이슬람의 영향인 듯 하다.





알함브라 궁전 축소판이라고는 해도, 알카사르는 무지 넓었다. 돌아보는데만도 거의 3시간 정도 걸린 듯.
알카사르를 나오니 색다른 모습이 보인다. 기마 경찰이야 그렇다 치고, 중세 복장을 한 가족같은 모습의 저 사람들은 뭘까? 처음에는 학생들이 그냥 분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공연 광고를 하는 듯도 하고, 지금 저 모습 자체가 공연인 듯도 해보였다. 스페인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도 궁금하네.




세비야에서 제일 눈에 밟히는 이 녀석.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가 키우는 녀석이었다. 슬픈 눈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어찌나 귀여운지 이 녀석 사료값에 보태라고 그림을 덜커덕 사려고 했다. 나름 세비야를 그린 그림도 멋있었고. 이 녀석의 주인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굉장히 뿌듯해 했었다. 아직 잘 있겠지?


어제만큼이나 뜨거운 날씨에 점심도 그닥이고, 인디아스 고문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문서라서 흥미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스페인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깜빡 한 것이 실수였다.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그리고 미국의 독립전쟁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꽤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을 들를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염두해 두는 것이 좋을 듯.

오늘도 우리는 역시, 씨에스터를 가졌다.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뜨겁고, 나는 프라이팬 위의 콩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 
한 숨 돌리고 찾아간 곳은 스페인 광장. 걸어가기엔 애매하니 꼭 트램을 타보자. 최신식 전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고풍스런 건물들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프라도 버스 정류장이 종점이니까 뭐 더 갈 것도 없이 내렸다. 
너무나 씩씩하게 걸었던 나머지 쭉 가면 바로 갈 것을 돌아서 뒤쪽 이상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앞쪽으로 다시 빙 둘러 와야 했지만 어쨌든, 스페인 광장이다. 광고에도 많이 나와서 눈에 익은 곳.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한 곳이기도 하다.
헌데.. 생각보다 너무 횡하다.
이런 광장 보다는 우리가 여태 보았던 톨레도의 쇼코토베르 광장,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 등이 훨씬 '광장' 답다.
게다가 한쪽은 공사중인 관계로 천막까지 쳐놔서.. 뭐랄까.. 소문난 레스토랑에 갔더니 한쪽은 리뉴얼하고 있고, 음식은 그저그런 느낌. 그래도 넓긴 넓더라.. ㅎㅎ







사실 스페인 광장을 간 것은, 내일 론다행 버스를 타기위한 버스터미널 견학도 겸하고 있었다.
그런데, 트램에서 내리면 바로라더니, 간판도 없고... 이상하다.
뭔가 건물이 하나 있지만 지하철 안내도고, 음.. 그 옆의 이상한 쪽문만 나 있는 건물은 아니겠지? 아닐꺼야.
라고 생각한 우리는 광장과 트램 역을 몇 번 왕복했고, 그 결과 '아닐꺼야' 건물이 바로 버스터미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런... 매일이 삽질의 연속이로구나.. ㅎㅎ
그래도 뭐, 덕분에 아침에 헤매지 않은게 어디냐.






트램을 타고 다시 누에바 광장으로 돌아왔다. 배도 고프지만 백화점 지하 매장도 잠깐 들러주었다. 스페인 백화점 지하 1층은 슈퍼마켓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그래서 물값도 싸고, 과일이나 쵸코바 등도 싸게 살 수 있다. 이것을 안 이후로 우리는 백화점에 들러서 종종 먹을 것을 사곤 했다. 여행을 하다보니 정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소한 정보와 느낌들에 행복해지는 것 같다.

우리는 맛없는 저녁을 먹고(빠에야 였음), 골목길을 설렁 설렁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론다로 가야 한다.
내가 가장 가고 싶어했던 곳. 내일이면 그곳에 간다.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09.29 23:41
9월 7일.


#1.
스페인에 온지 4일째 되는 아침.
아침 식사도 못하고 기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8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지하철 내부에만 사람이 많을 뿐, 거리는 한산하다.
우연히 만난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부부와 서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행은 그저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마법이 있는 듯.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중심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첫 관문 세비야로 가는 날.
어제보다 몸도 훨씬 가뿐하고, 왠지 시차적응도 된 듯한 느낌이다.

아토차 렌페 역에 도착하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못 먹은 아침을 까페테리아에서 때워야지 하고 마음먹고(아침 안먹으면 사망하시는 분이 계셔서리..), 가장 손님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으음... 메뉴판을 봐도 도통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오렌지 쥬스 말고 아는 단어는 하몬과 토마토, 그리고 비프. 
토마토 빵이 유명하다고 하니까 토마토가 들어가고, 왠지 아침이니까 고기정도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찰나에 나는 이미 비프 토마토 샌드위치를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이 아니다.. 눈앞에 나온 샌드위치는 한국에서 먹던 흔한 샌드위치와는 달랐고, 또 내가 생각한 토마토 빵(빵 콘 토마테)과도 다른 길다란 바게뜨 사이로 스테이크와 토마토가 들어간 샌드위치였다. 오 마이 갓!
어쩐지... 시간 무지하게 걸리더니.. 역시 이상했어.. 흑흑
아.. 그냥 다른 사람이 시킨 거랑 같은거 먹겠다고 할껄.. ㅡ.ㅜ
아침부터 너무 거한 음식이다.

뭐 어쨌든 눈물의 뻑뻑한 샌드위치를 대충 우겨 넣고, 렌페에 탑승했다.
근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너무 조용해서 인지 렌페 내부를 찍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꺼려진다.
(흠흠..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자면, 렌페는 우리나라의 KTX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KTX보다 간격이 넓어서 편하다.

별로 빠르지 않아 보이더니 3시간만에 세비야에 도착했다. 드디어 안달루시아다.
그런데... 택시는 많은데 택시 기사들은 없다. 택시기사로 보이는 한 무리들이 한쪽에 모여 있었다. 시위도 아닌 것 같고, 12시가 안된 시간이니 점심시간도 아닐테고.... 경찰에게 신랑이 들은 바로는 그냥 저쪽에 가서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으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고.. 이러다 못잡으면 어떻게하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다행이 한국인 부부를 만나 산타크루즈 거리까지 같이 왔다. 덕분에 교통비도 좀 덜고, 수월하게 갔다. 그 부부도 한국에 돌아왔겠지? 지금쯤 나처럼 여행기 정리중일까?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나는 여행가서 세끼를 다 챙겨먹은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을 꺼라고 생각한다.)
세비야 골목에 발을 내딛은 순간, 쪼끔 감격스러웠다.
지도도 없이 대충 얼레벌레 나갔는데, 어느 친절한 할머니의 손짓으로 대성당을 금방 찾았다. 우리는 까페 주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그 근처사는 할머니였던 것 같다. 역시 도시와 시골은 다른 걸까?






















할머니 덕분에 골목을 돌아 세비야 대성당을 찾은 순간, 나는 색다른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모든 바르(스페인식 술집. 식당과 까페를 겸하고 있으며, 술도 마실 수 있다.)들은 노천에 테이블을 내어놓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에 벌써 신이 났다. 세비야가 무척 뜨겁긴 해도, 그늘에 들어가면 나름 시원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천을 선호했다. 우리도 처음 보이는 바르의 노천 테이블에 앉았다. 비록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한쪽에는 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행 중 마시는 맥주 한 잔에 금새 행복해져 버렸다.







#2.
맥주 한 잔으로 알딸딸해진 우리는 서둘러 대성당으로 향했다. 알카자르는 오늘 휴무이기 때문에 내일로 기약하고.
세비야 대성당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며, 원래는 이슬람 사원이었지만 교회로 다시 지어진 곳이다. 그래서 길쭉한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대성당 안에는 콜럼버스의 묘와 히랄다 탑이 있다.



크다고 말만 들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정말 컸다.
톨레도 성당은 오히려 아기자기할 정도.
무엇보다 그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벽화 하나, 벽 장식이나 천정 장식 하나에도 세심하고 화려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만 모셔다가 성당을 지었나보다.


























아래쪽 왼쪽이 콜롬버스의 묘다. 뭐 다른 지역에서 묘가 발견이 되었다고 하여, 진위 여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묘인듯. 제일 유명해서 일까,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있다. 오른쪽 두 개의 사진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성당의 천정 장식. 그 기술적인 면에서는 놀랍지만, 역시 내부의 우러러 보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는 답답하다. 하지만, 한 번 접해서 인지 톨레도에서 느꼈던 거부감은 조금 사라진 듯 하다. 어차피 기독교와 성당, 그리고 유럽은 뗄 수 없으니까.






히랄다 탑 또한 보는 바와 같이 겉모습은 정교하고 화려하다.
원래는 이슬람 사원이 첨탑이었지만, 다시 리뉴얼 한 셈.
보기에도 꽤 높지만, 가뿐한 마음으로 오르기에는 조금 힘들다. 내부는 겉모습과 달리 소박했는데, 아마 성당에서 가장 밋밋한 곳이 아닐까.
헉헉대는 숨을 몰아쉬며 꼭대기에 오르자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세비야도 평지여서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어느 주택(아니면 호텔) 옥상의 풀장도 보이고, 멀리는 알록달록 지붕까지. 해는 뜨거워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었고, 아무것도 걸릴 것 없는 풍광은 눈도 더불어 시원하게 만든다.























#3.
대성당을 내려와서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었다가 나오는 길. 왜 시에스터 시간이 있는지 몸소 체험한 순간이다. 도저히 뜨거워서(더워서가 아니라) 더는 다닐 수가 없었다. 애시당초 세비야 2일 일정으로 잡은 것도, 여유있게 다닐 생각이었으니 살짝 자고 나왔다.(이 시간에 다니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세비야는 아직 뜨거웠다.

이번에는 가장 하고 싶었던 특별한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기.
세비야의 좁은 골목길을 돌고, 아까와는 다른 길을 다녀 본다. 집집마다 화분이 걸려있고,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예쁘게 장식도 해 놓았다. 대성당 가는 길과는 다른 쪽으로 가보니, 공원이 나왔다. 정원인지 공원인지 모르겠지만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관광객들이 뒤섞여 저마다 걷는다.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건 서울에서는 행운인데, 세비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까?









골목길과 과달키비르 강가를 정처없이 걸었다. 한가롭게 길을 걸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늘 여유없이 안달복달하면서 지내다가 갑자기 낮잠도 자고, 목적도 없이 그냥 걸으니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스페인의 넓은 땅만큼 내 마음도 갑자기 넓어진 것 같은 그래서 마냥 좋은... 적어도... 배가 고프다고 느끼지 전까지는 그랬다 ^^







세비야에 빠져서 걷다가 다시 대성당쪽으로 왔다. 어디서 뭘 먹을지 고민하던 찰나, 어느새 빈 공간은 노천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냥 분위기 좋아 보이는 곳에 무작정 앉고 보니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다. (나중에 여행책자를 보니, 소개가 되어 있었다.) 난 이곳에서 마신 상그리아를 아직 있지 못한다. 달콤하고 시원한 그 과일주의 맛은 아마 흉내내기 어려울 꺼다.
물론 진한 치즈가 얹혀진 스파케티와 맛있게 구워진 피자의 맛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아아.. 또 먹고 싶다!




















맛있게 먹다 보니, 날이 어두워 졌다. 세비야 대성당을 비추는 불빛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쉬워서 또 아이스크림과 브라우니를 챙겼다. 아이스크림은 좀 진했지만 먹을만 했고, 브라우니는 나중에 우리의 일용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내일은 알카사르를 봐야 하니까 어여 어여 잠자리에 들어야지.
세비야 2일째, 스페인 5일째.
여전히 기대되는 두근두근 스페인, 두근두근 안달루시아~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09.25 19:48

9월 6일.

어제보다 몸은 가뿐한 듯 하다.

오늘은 두 곳의 미술관을 갈 예정. 하나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하는 프라도 미술관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 매주 일요일 마드리드에서는 오전 9시부터 벼룩시장(El Rastro)이 열린다.
대규모의 시장이라니까 오전에 그곳부터 들려봐야지.






숙소인 오페라 역에서 쭈욱 걸어 올라가면 마요르 광장이 나온다.
사방이 이런 건물로 둘러쌓여 있고(나름 아파트다), 그 가운데 넓은 공간이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 중 하나인 마요르 광장이다.





마요르 광장에도 좌판이 펼쳐져 있었지만 우리의 목적이 아닌 관계로 살짝 패스해 주시고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카스코로 광장(La Latina 역과 가깝다)이 나오고 그 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가는 길 중간 오른쪽에 산 미구엘 시장이 있으니, 잊지 말고 체크도 해두자.







스페인 사람들은 주말에 느긋하게 움직인다더니,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나름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마을이나 북적거리는 시장이야말로 가장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처음 들른 어느 가게에서 사진을 찍게하지 못하게 해서 일까? 그 이후로 계속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나는야 소심쟁이...)
몰래 몰래 찍느라 꽤 애먹었는데, 그 아저씨는 후회해야 할꺼다. 
거기서 맘에 드는거 사려고 했었는데... 흥!



















벼룩시장답게 없는게 없어 보이는 곳.
주방용품부터(↑ 저 커다란 빠에야 판들을 보라!) 시작해서
옷, 액서사리, 장난감 등등...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우선 눈 구경부터 ^^

길을 쭈욱 내려가다가 옆으로 들어가니 조금 다른 분야다.
이번엔 음반, 헌책들.
아주 옛날에 나왔을 법한 조그마한 LP판도 있고, CD들도 많았다. 누가 읽다가 여기저기 써 놓은 글귀가 적힌 책들도 잘 놓여져 있고.
역시 시장은 재밌어.






















한쪽에서는 꼬마와 어른들이 뭔가를 비밀스럽게 주고 받는 다. 대체 뭐지? 뭘까?
한 꼬마가 아저씨와 흥정을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뭔가를 보여주고, 돈이나 또 다른 무언가로 서로 교환하고 있다.
오호~~~ 이건!!! 축구카드다!
얼핏 보니 사람들의 손에 들린 건 축구 카드.
자신이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 물물 교환중이었던 것.
축구 좋아하는 나라라서 그런가?
이 물물교환 현장은 여기저기 보인다.
갑자기 옛날 동생이랑 딱지 교환하고, 구슬 교환하던거 생각나네.. ㅎㅎ




벼룩 시장 구경은 슬슬 끝나갔고 작은 냉장고 자석 하나를 산 후, 이번엔 아까 봐 둔 산 미구엘 시장을 찾아 갔다.





겉은 왠지 모를 최신식 건물.
사실 내부도 굉장히 깨끗하고, 상점들로 채워져 있어서 재래시장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랑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시장은 역시 시장!
슈퍼마켓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흥정도 하면서(왠지 그런거 같았음... ^^) 물건을 산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에 비교하면 규모는 많이 작은 편
그래도 생선가게, 하몬(절대 빠질 수 없지 ^^), 빵집과 내가 제일 선호했던 과일 가게 등등 있을 건 다 있다!



스페인에서 많이 나는 올리브. 그 올리브로 만든 절임 요리들!
왼쪽은 산 미구엘 시장표이고, 오른쪽은 벼룩시장 시장표.
뭔가 조금 다른가?

아무튼 우리는 맛있어 보이는 딸기와 즉석에서 갈아주는 오렌지 쥬스를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스페인은 남쪽이라서 그런지 과일도 많았고, 가게들도 이곳 저곳에 있다. 오렌지 쥬스를 시키면 즉석에서 갈아준다.
과일 가격도 3유로 내외니까 비싸지도 않다.
그러니 비타민 보충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사먹어 보도록 하자.
특히, 복숭아와 바나나 그리고 사과가 맛있었다.


시장을 둘러보고 우리는 일단 숙소로.
체력도 바닥이고 슬슬 약기운도 떨어져 간다.
아침 호텔식을 먹은 후라서 그냥 가져간 컵라면으로 대충 점심을 때웠다. 그리고.... 츄러스 먹으러 가자!


스페인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츄러스.



요녀석 되시겠다.
밀가루 반죽을 길게 뽑아서 기름에 튀긴건데, 이걸 왼쪽의 쵸코라떼(걸쭉한 쵸코렛쯤 생각하면 될 듯)에 찍어 먹는다.
느끼하거나 달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한 쵸콜렛에 찍어 먹고 나면 원기 회복에 그만이다.
(우리나라에도  놀이공원 등에 가면 파는데, 거긴 설탕이 잔뜩이고 또 뭔가 찐득찐득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밤새 클럽가서 놀고 아침에 이걸로 해장한다고 한다.
음... 떨어진 체력을 올리려는데는 그만이지만.. 위에는 쪼콤 부담스럽지 않을까?


만약, 마드리드를 가신다면 가장 유명한 츄러스 집은 오페라 역에서 솔 역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보이는

◀ 이 간판을 찾으시면 된다.
성당 옆 골목길 안쪽에 있으니 찾기도 쉽고, 맛도 보장!


















다시 먹고 싶다.
맛있는 츄러스와 쵸코라떼!



















이제 츄러스도 먹었으니, 미술관으로 고고!
드디어, 게르니카를 직접 볼 수 있다.




메트로 아토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오른쪽 건물 안쪽이 소피아 미술관이다.
근현대 미술을 모아 두었고, 피카고와 달리 등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원래는 병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건물은 현재도 병원으로 쓰이고 있다.)
광장 좋아하는 사람들 답게 건물 바깥쪽에는 그늘 없는 광장이 있고, 건물 가운데는 정원으로 꾸며 놨다.
이날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입장료가 공짜 ^^/
대신에 오후 2시까지밖에 하지 않으므로 시간 분배는 잘 해야 한다.

팜플렛을 찾아 들고, 가장 먼저 게르니카를 찾아갔다.




1937년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는 한 방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큰 작품이다.
독일군으로부터 무참히 폭격당한 게르니카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해서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 작품.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한 동안 조용히 그림에 빠져들어 본다.
사실 게르니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눈물은 없지만, 그 절규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 놓았다. 
게르니카가 전시된 방 주변으로는 게르니카와 관련된 작품들이 있는데, 이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를 다른 식으로 그린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피카소 미술관에 가서야, 한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내는 것이 미술 표현 기법 중의 하나이며 이를 피카소가 즐겨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게르니카 앞에 서 있다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피카소의 다른 작품인 '한국에서의 학살'도 보고 싶었지만, 프랑스에 있으니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달리와 그 외 여러 현대작가들을 둘러보았더니 배는 고프고, 다리는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
이런.. 아직 몸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은데... 더욱 곤란한 건 촌스럽게도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이 마드리드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한국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름은 '한강'
돌솥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시키고 나서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촌스럽기는 해도 일단 여행을 하려면 체력을 회복해야 했으니, 잘 한 거다.
(이 때 김치를 먹은 이후로 약 일주일 동안 김치 구경도 못했다... 맛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평가 불가)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했다. '원래'는 프라도 미술관과 그 뒤의 레티노 공원도 산책할 생각이었지만.... 역시 체력의 한계로 프라도 미술관만 보게 되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일요일 5시 이후(평일과 토요일은 6시)부터는 무료 관람.
어, 그런데 아직 3시가 안되었다. 사람들도 별루 없으니 그냥 돈 내고 보자.

프라도 미술관은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등의 그림이 있는데, 이곳이 자랑하는 점 중의 하나는 작품이 모두 수집품이며 전리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고야의 마하 그림 등이 유명.




프라도 미술관은 소피아와 달리 내부 사진 촬영 금지다.(소피아 미술관도 올해부터 허용한 것. 단 플래쉬 금지)
하여, 내부를 찍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을 본 적이 없었던 나로써는 눈이 휘둥그래질 뿐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리고 고야의 1808년 5월2일과 5월3일 이었다.
모두 한 벽면을 차지할 정도의 큰 작품들로, 문외한이라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보고 있으면 뭔가 자꾸 느낌이 몽글몽글 생겨나는 것들이었다.

프라도 미술관을 나서니 5시30분이 넘어 있었다.
무료로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아직 해는 쨍쨍하다.
우선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쉰 후에, 왕궁쪽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서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
하.
지.
만...
일단 숙소에 들어간 이상 침대에 살짝~ 누워주셨고, 살짝 누운 이상 잠들어주셨고, 눈을 뜨니 다음날 새벽 3시쯤?
ㅡ.ㅜ
아아.. 저주받을 체력이여....
일부러 왕궁과 가까운 숙소를 잡았것만, 보람도 없이 눈앞에 스페인 왕궁과 솔 광장 등을 두고 나는 다음날 세비야행 렌페를 타기 위해 마드리드 아토차 역으로 향했다.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09.23 21:43
9월 5일.

가기 전부터 있었던 비염과 몸살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늘은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톨레도를 가야 하는데 몸은 무겁고 힘들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오페라 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메트로를 타고 Plaza Eliptica 역에서 다시 버스로 환승.
1시간 정도 예상했으나, 40분만에 톨레도에 도착.



가늘 길 내내 이런 넓은 평야가 이어진다.
우리가 전혀 다른 곳에 왔음을 실감하는 순간 아픈 몸은 사라지고, 여행에 대한 기대감만 남았다.


톨레도는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로 정해지기 전 문화와 정치의 중심지였던 도시이다. 전형적인 중세 유럽 도시 중 하나로, 도시 주위를 타호 강이 둘러 싸고 있다. 지금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스페인 화가 엘 그레코와도 연관이 깊은 도시.(그러나 나와는 관련이 깊지 못했다.. ㅡ.ㅜ)
이 곳에서 꼭 봐야 할 것으로는 대성당과 미술관, 유대인 거리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바로,



쇼코도베르 광장에서 쇼코트렌(얘↑) 타기.
이 꼬마 열차는 한 시간에 한대 꼴로 다니는 관광 열차인데, 톨레도의 외곽을 거쳐 좁은 골목길까지 누비기 때문에 40여 분 동안 시를 전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맛있는 요리를 먹기 전 샐러드로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라고나 할까.
톨레도 파라도르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타볼 것을 권한다. 그만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중세 도시를 둘러보는 기분은 꽤 근사했다.







쇼코트렌을 타고 본 톨레도 전경.
왼쪽은 톨레도 대성당이고 오른쪽은 지금은 군사박물관이라고 하는 알카사르(옛날 요새)
대성당은 들어갈 수 있지만, 알카사르는 내부 공사중인지 옥탑에 올라가 조망할 수만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알카사르는 포기하고 대성당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처음 본 유럽의 성당은 우선 컸다.
내부는 화려하고, 문양이며 스테인드 글라스며 웅장함을 나타내기에는 손색이 없을 정도.
하지만...
역시 성당의 아름다움 보다는 '이거 만들려고 돈을 얼마나 들였을까'가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성당의 엄숙함과 웅장함, 경건함 등은 내부에서 오래 버티기에는 한계를 느끼게 했다.
여행자의 기본은 모든 걸 개방한 자세로 봐야 한다는데, 우리는 그닥 기본이 되어 있지 못한 여행자들 이었던 것.
그래도, 그 섬세함에는 혀를 두를 정도.

무엇보다 아쉬운 건, 엘 그레코가 그렸다는 많은 그림들.
성당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림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뭐 물론.. 아프기도 했지만)
만약 톨레도 가실 분들은 미리 어떤 그림이 있는지 조사해 놓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골목길을 돌아 산토 토메 성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쇼코트렌 광장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식은땀은 흐르고, 정신이 없는 가운데 톨레도 거리를 걷는 재미도 느낄 수가 없었다.
골목길 구석 구석 돌아보고 싶었것만....

나의 첫 여행지 톨레도는 그렇게 약기운과 몸살 기운에 점점 끝나가고 있었고, 원래 계획했었던 산타 크루즈 미술관의 엘 그레코 그림 감상이나 파라도르에서의 휴식 등등은 조용히 접었다.
그리고 나의 스페인 첫 날 여행도 이 일정으로 끝이 났다.
12시간에 걸친 호텔 침대에서의 숙면과 함께.....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09.22 22:33


내 첫 해외 여행은 2003년 일본 교토.
없는 돈과 빠듯한 살림(?)에도 '내가 언제 또 가보겠어'라며 적금 100만원을 깨서 2박3일로 살짝 다녀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 언제 또 가보겠냐라던 해외는 출장 포함 총 5회에 이른다.(나도 놀랐네...)
그리고 그 중간에 가장 먼 시간 비행했던 곳은 장장(?) 4시간 좀 넘게 걸린 신혼여행지 말레이시아.

그런데, 스페인을 가고 싶다고 생각한건 언제부터였지?
아마도 2005년이던가, 어느 자매의 뽐뿌질 여행기를 본 후, 유럽 첫 여행지로는 스페인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EBS 테마기행 - 스페인, 안달루시아 편(이상은이 출연한)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꼭 스페인에 가서 론다의 협곡을 보고 말겠어!'

작년의 계획이 무산되고(신랑은 반성해야 한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했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전혀 다른 문화권에 가보고 싶었다.
- 피부색도 다르고, 음식문화도 전혀 다른 곳에 -
무엇보다, 졸업한 이후 11년 동안 한 번도 느긋하게 쉬거나 휴식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스페인 여행.
유럽에서도 가장 동쪽에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은 우리나라의 8배쯤 된다고 했다.
수도는 마드리드이고, 바르셀로나와 북부의 바스크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고, 남부지방이 예쁘다고도 했다.
아주 단순한 기초지식을 시작으로 인터넷 유럽 여행 까페와 안내 책자를 뒤적이며 다음과 같은 일정을 짰다.




* 마드리드(톨레도 포함. 3일) - 세비야(2일) - 론다(1일) - 네르하(1일) - 그라나다(1일) - 바르셀로나(3일)

모두 합해 11박 13일의 일정.
이번 스페인 여행의 중점은 안달루시아 지방(코르도바~그라나다)이다. 그래서 세비야도 넉넉하게 2일이나 넣었고, 작은 마을인 론다와 네르하도 가기로 했다.
남들은 이 일정이면 포르투갈을 경유하거나, 다른 지역을 더 넣기도 하지만
나와 동행인의 체력을 고려하여 넉넉한 일정을 만들었다.(이렇게 안했으면 우리는 큰일날 뻔 했다.)

꼭 봐야 할 것들과 보고 싶은 것들로는
1.마드리드 소피아 미술관의 게르니카
2.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 론다의 협곡,
3. 지중해, 가우디 건축물 등으로 잠정 정했다.
그리고 꼭 해야 할 것은
1. 까페와 바르 다니기 
2. 스페인의 골목길 걷기
3. 씨에스타 가지기

남들의 두 배에 달하는 준비기간을 가졌고, 비행기와 숙소, 렌페 등을 모두 예약하고 나니 사실 동력도 떨어지고 바빴다.
결국 미뤄두었던 세세한 맛집 정보나 꼭 봐야할 것들 등은 모두 대충 생략하게 되었고, 실상 스페인 음식에 의외로 적응 못한 나는 무척이나 후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뭐 어찌되었던, 길었던 준비 기간만큼 다양한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드디어 9월 4일.
기승을 부리는 신종플루와 이에 대한 주위의 걱정들, 그리고 고공 환율을 여행의 설레임과 맞바꿔, 우리는 스페인으로 향했다.


Posted by 하피
西班牙(2009.09)2009.05.07 17:29



네이버 까페 유랑(http://cafe.naver.com/firenze.cafe)에서
평이 비교적 좋은 편인 바르셀로나 한인 민박집 위치.

바르셀로나는 마지막 여정이어서 왠지 한식이 먹고 싶을 듯 하여
민박으로 알아보는 중임.
(근데 비행기표는 언제?????)

이 외에도

까사구루메 http://www.casagourmet.kr/casagourmet_intro.html
vamos민박 http://cafe.daum.net/bcnvamos

등이 있음.


Posted by 하피